폰 내려놓기 › 화면 밖 시간

폰을 내려놓은 시간에
무엇이 돌아올까

새벽 3시였어요. 아이가 뒤척이는 소리에 깼는데, 눈을 뜨고 보니 제 손에 화면이 켜져 있었습니다. 시각만 보려던 게 아니었어요. 잠들기 전부터 숏폼이 계속 흐르고 있었고, 저는 그걸 보다가 잠들었다가 깨어서 다시 보고 있던 거예요. 아이 방에서는 아이가 다시 잠들었고, 저는 그날 폰을 서랍에 넣었습니다. 그게 1년 전이에요.

한눈에 답

돌아온 건 순서가 있었어요. 처음엔 잠과 심심함이, 그다음엔 아이의 말과 손이, 마지막에 사람과 저 자신이 돌아왔습니다. 돌아오지 않은 것도 있어요. 놓친 소식과 그때그때의 사진. 그건 잃은 게 맞는데, 1년이 지나 보니 아깝지 않았어요. 지금도 매일 저녁 9시에 다시 내려놓습니다. 한 번 내려놓은 게 아니라 매일 내려놓는 거예요.

저녁 거실 서랍장 위에 화면이 꺼진 스마트폰이 엎어져 있고, 열린 창 너머로 노을빛 하늘과 나무가 보이는 따뜻하고 고요한 장면
서랍을 닫는 소리가 1년 동안 저녁의 시작이었어요.

처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 주에 돌아온 건 심심함이었어요. 반가운 건 아니었어요. 저녁 9시에 서랍을 닫고 나면 할 게 없었고, 손은 허전했고, 방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심심함이 잠을 데려왔어요. 심심하면 졸리더라고요. 몇 년 동안 새벽 1시에 자던 제가 2주 만에 11시 반에 눕고 있었습니다.

잠이 돌아오니 아침이 달라졌어요. 눈을 떴을 때 처음 보는 게 폰이 아니라 창문이 됐고, 아이가 일어나서 방문을 열 때 제 손에 머그잔이 있었어요. 그게 두 번째로 돌아온 거예요. 아침.

늦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는 늦게 돌아왔어요. 정확히는 아이가 아니라 아이의 말이요. 아이는 늘 말하고 있었는데 제가 못 듣고 있었던 거예요. 두 달쯤 지나 산책길에서 아이가 개미 이야기를 10분 동안 하는 걸 끝까지 들었을 때, 이 아이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었습니다.

시기돌아온 것그때 알게 된 것
첫 주심심함심심하면 졸리다
2주잠, 아침몇 년 만에 11시 반에 눕는다
두 달아이의 말과 손아이는 늘 말하고 있었다
넉 달손으로 하는 일, 취미시간이 없던 게 아니었다
반년사람답장 대신 전화를 걸게 된다
1년저 자신저녁이 제 것이라는 감각

사람이 돌아온 건 반년쯤이었어요. 메신저에 답장하는 대신 전화를 걸게 됐고, 만나자는 말을 먼저 하게 됐어요. 폰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폰 때문에 멀어져 있었다는 걸, 폰을 놓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돌아오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돌아오지 않은 것도 있어요. 정직하게 적자면 그때그때의 소식이에요. 단톡방에서 오간 이야기를 다음 날 아침에야 보게 되고, 유행하는 것들을 모르게 됐어요. 사진도 줄었습니다. 아이의 순간을 찍는 대신 보게 되니 남은 사진이 예전의 절반이에요.

이건 잃은 게 맞아요. 다만 1년이 지나 보니 아깝지 않았어요. 놓친 소식 중에 정말 놓치면 안 됐던 건 전화로 왔고, 사진이 반으로 준 대신 기억이 늘었습니다. 잃은 것과 돌아온 것을 저울에 올리면, 저한테는 돌아온 쪽이 무거웠어요.

이건 제 경우예요. 일이 폰에 묶인 사람, 멀리 사는 가족과 폰으로만 이어진 사람은 저울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런 분에게는 다 내려놓기보다 저녁 한 시간, 주말 하루처럼 부분만 내려놓는 게 맞습니다.

돌아온 것 중에 사람이 있었어요

폰을 내려놓는 건 혼자 시작하지만 오래 가는 건 같이 할 때예요. Sumbi의 버디는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함께 잠수하는 짝입니다. 잠수를 마치면 서로에게 성공이 전해지고, 떠올랐을 때는 숨 고르고 다시 내려갈 거라는 말이 대신 전해져요. 그 알림을 받은 버디의 응원은 전화 한 통 같은 화면 밖의 대화로 이어지면 됩니다.

버디와 함께 잠수하기 →

1년이 지나 지금 하고 있는 것

매일 저녁 9시, 서랍

1년 전 그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규칙은 하나예요. 저녁 9시에 폰이 거실 서랍에 들어간다. 못 지킨 날도 있었고 야근한 주도 있었지만, 다음 날 다시 서랍이었어요. 한 번 내려놓은 게 아니라 매일 내려놓는 거예요. 서랍을 닫는 소리가 저녁의 시작이 됐습니다.

낮에는 여전히 씁니다

낮에는 폰을 씁니다. 일하고, 연락하고, 길을 찾아요. 폰을 없앤 게 아니라 폰이 없는 시간을 만든 거예요. 낮의 폰과 저녁의 서랍이 나뉘어 있으니 낮에 쓰는 것에도 죄책감이 없어졌어요.

아이 앞에서

아이는 이제 저녁에 폰이 서랍에서 잔다는 걸 알아요. 자기 알람시계를 갖고 싶어 하고, 산책길에서 개미 이야기를 여전히 오래 합니다. 나중에 아이가 폰을 갖게 될 때 제가 할 말은 없을 거예요. 보여 준 게 있으니까요.

새벽 3시가 다시 오면

지금도 새벽에 깨요. 아이가 뒤척이면 깨고, 그냥 깨기도 해요. 다른 건 손이에요. 손이 폰을 찾지 않아요. 폰이 서랍에 있다는 걸 몸이 알아서, 눈을 감고 아이 숨소리를 듣다가 다시 잠듭니다. 1년 전 그 새벽과 같은 시각인데, 같은 새벽이 아니에요.

내려놓은 날 한 줄. 돌아온 것들은 원래 거기 있었어요. 폰이 가리고 있었을 뿐이고, 서랍 하나가 가린 걸 걷어 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폰을 내려놓으면 정말 삶이 달라지나요?
사람마다 다르고, 대개 극적이지 않아요. 잠드는 시각이 당겨지고, 저녁이 조용해지고, 곁에 있는 사람의 말이 들리는 정도의 변화가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옵니다. 작은 변화가 쌓이는 쪽에 가까워요.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줄여도 되나요?
줄여도 됩니다. 저녁 한 시간, 식사 시간, 주말 오전처럼 폰이 없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예 없애는 것보다 오래 가요. 낮에 필요한 만큼 쓰고 정한 시간에 내려놓는 방식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맞습니다.
놓친 소식이나 연락이 걱정돼요.
정말 급한 일은 전화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벨소리를 켜 두고 메신저만 나중에 보는 식으로 하면 놓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몇 주 해보면 걱정만큼 놓치는 게 없다는 걸 확인하게 돼요.
중간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나요?
흔한 일이고 실패가 아니에요. 야근이나 아픈 시기에는 누구나 돌아갑니다. 다음 날 정한 시각에 다시 내려놓으면 되고, 몸이 순서를 기억하고 있어서 처음보다 훨씬 빨리 돌아와요.
가족이 같이 안 하면 소용없나요?
혼자 시작해도 됩니다. 한 사람이 저녁에 폰을 내려놓으면 곁의 사람도 조금씩 따라오는 경우가 많아요. 강요하지 않고 보여 주는 쪽이 오래 갑니다. 아이는 특히 말보다 보는 것으로 배워요.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수면이나 일상에 지장이 계속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