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멀쩡하게 멈추던 사람이 밤만 되면 멈추지 못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저도 그랬고, 그 밤들 중 하나가 제가 폰을 내려놓기 시작한 날이 됐습니다. 그 장면부터, 밤에 왜 의지가 소용없는지, 대신 무엇에 기대야 하는지까지 적어봅니다.
밤에 숏폼을 멈추지 못하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피로가 쌓일수록 멈추는 결정을 내리는 힘이 먼저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하루의 끝은 그 힘이 가장 낮은 시간이고, 숏폼은 그 시간에 가장 잘 붙습니다. 그래서 밤에는 의지 대신 서랍, 알람, 자리 같은 물리적 장치에 기대야 해요.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됐을 때예요. 밤중 수유를 마치고 아이를 눕힌 다음, 잠이 안 와서 폰을 집었어요. 한 개만 보고 자려던 게 늘 그렇듯 이어졌습니다. 어느 순간 눈을 들었는데 방 안이 파랗게 떠 있었어요. 아이는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고, 창밖은 아직 깜깜하고, 제 손에서만 화면이 켜져 있었어요. 시계를 봤더니 새벽 3시였습니다.
무서웠던 건 시간이 아니라 기억이었어요. 두 시간 가까이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세 시간마다 깨는데, 저는 그 사이의 유일한 잠을 기억도 안 나는 영상에 쓰고 있었던 거예요. 그날 폰을 침대 옆에서 거실 서랍으로 옮겼습니다.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고, 그냥 그 화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어요.
낮에 같은 영상을 보면 저는 멈춥니다. 할 일이 있고, 아이가 부르고, 밥때가 오니까요. 밤에는 그 모든 신호가 없어요. 그리고 하나 더, 피로가 있습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은 하루 동안 쓰면서 줄어드는데, 밤은 그 힘이 바닥에 가까운 시간이에요. 멈추기로 결정하는 것도 결정이라서, 가장 결정하기 어려운 시간에 가장 멈추기 어려운 화면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저한테는 컸어요. 아이가 깨면 또 하루가 시작되니까, 잠드는 걸 미루는 게 하루를 미루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고, 마음은 그날 밤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마음 대신 서랍을 바꿨습니다.
밤에 의지에 기대는 건 가장 힘이 없는 시간에 가장 큰 일을 시키는 거예요. 대신 낮에 정해두고 밤에는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되는 장치를 두는 게 맞습니다.
| 장치 | 어떻게 | 효과가 큰 사람 |
|---|---|---|
| 서랍 | 정한 시각에 폰을 다른 방 서랍에 넣는다 | 침대에서 보는 사람. 저한테 가장 컸다 |
| 충전 자리 | 충전기를 침실 밖에 둔다 | 배터리 핑계로 폰을 머리맡에 두는 사람 |
| 알람시계 | 폰 대신 따로 알람시계를 산다 | 알람 때문에 폰을 침실에 두는 사람 |
| 자동 흑백 | 밤 9시 이후 화면이 회색이 되게 예약한다 | 영상과 사진에 특히 붙잡히는 사람 |
| 불 끄는 시각 | 폰이 아니라 방의 불을 끄는 시각을 정한다 | 불을 켠 채 폰을 보는 사람 |
장치는 한 번에 하나만 두세요. 저는 서랍 하나로 시작했고, 알람시계는 두 달 뒤에 샀어요. 다섯 개를 한 번에 하면 첫 주에 다 무너집니다.
Sumbi의 잠수는 화면을 꺼도 계속됩니다. 잠수를 시작하고 폰을 서랍에 넣으면 해녀는 그동안 내려가고, 화면을 켜서 다른 앱을 여는 동안만 남은 숨이 줄어요. 밤 잠수에서는 야행 생물이 깨어나니, 밤은 폰이 아니라 바다를 보는 시간이 됩니다.
오늘 밤 잠수 시작하기 →자기 직전에 넣으려고 하면 이미 손에 들린 채 침대에 있어요. 저는 저녁 9시로 정했습니다. 잠드는 시각보다 두 시간쯤 앞이라 아직 결정하는 힘이 남아 있을 때예요. 9시가 되면 보던 걸 마저 보지 않고 넣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9시 5분, 9시 10분이 됐지만, 지금은 시계를 안 봐도 그 시각쯤 손이 서랍으로 가요.
폰을 넣고 나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남아요. 그 시간이 비어 있으면 다시 꺼내게 됩니다. 저는 그 자리에 책 한 권과 물 한 잔을 두었어요. 대단한 건 아니고, 손이 갈 데를 만들어둔 거예요. 아이가 잠든 뒤의 20분이 그렇게 제 시간이 됐습니다.
다시 새벽까지 본 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있었고, 지금도 가끔 있어요. 그 밤을 실패라고 세기 시작하면 서랍 자체가 싫어집니다. 실패한 밤은 그냥 지나가게 두고, 다음 날 저녁 9시에 다시 서랍을 엽니다. 이어가는 게 중요하지 끊기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 새벽 3시의 파란 방을 저는 아직 기억해요. 그 방을 다시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거창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려놓은 날 한 줄. 9시에 서랍을 닫았고, 아이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수면이나 일상에 지장이 계속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