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을 꺼내는 이유를 일주일 동안 적어 봤어요. 시각 확인, 알람, 메모, 계산, 사진, 날씨. 숏폼은 그중 하나였는데 나머지 이유로 꺼낸 폰이 결국 숏폼으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하나씩 다른 물건에 넘겼어요.
폰은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열 개의 도구가 든 상자예요. 시각을 보려고 꺼낸 폰이 숏폼으로 끝나는 건 도구들이 한 상자에 있어서예요. 알람시계, 손목시계, 종이 수첩 세 가지만 따로 두어도 폰을 꺼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비용은 다 합쳐 몇만 원이고, 바꾸는 순서는 밤에 쓰는 것부터가 좋아요.
폰을 켜는 이유는 대개 작아요. 몇 시인지, 내일 날씨가 어떤지, 장 볼 것을 적으려고. 그런데 켜는 순간 화면에는 알림이 있고, 알림을 보면 앱을 열고, 앱을 열면 20분이 지나 있어요. 시각을 보려다 숏폼을 보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계와 숏폼이 같은 상자에 있어서예요.
일주일 동안 폰을 꺼낸 이유를 적어 보니 하루 40번쯤이었고, 그중 숏폼이나 SNS를 보려고 꺼낸 건 열 번이 안 됐어요. 나머지 30번이 시각, 알람, 메모, 계산 같은 작은 이유였고, 그 30번 중 절반이 숏폼으로 끝났습니다. 작은 이유를 없애면 큰 문제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뜻이었어요.
| 폰의 기능 | 대신할 물건 | 비용 | 바꿔 보니 |
|---|---|---|---|
| 알람 | 알람시계 | 만 원에서 삼만 원 | 침실에서 폰이 나감. 효과 가장 큼 |
| 시각 확인 | 손목시계, 벽시계 | 이만 원부터 | 하루 폰 꺼내는 횟수 절반으로 |
| 메모, 할 일 | 종이 수첩, 냉장고 메모판 | 몇천 원 | 적으려다 딴 데 가는 일 없어짐 |
| 읽기 | 종이책, 전자책 리더기 | 책값 | 자기 전 시간이 바뀜 |
| 사진 | 작은 카메라 | 중고 몇만 원부터 | 여행과 아이 사진이 달라짐 |
| 음악, 오디오북 | 작은 스피커, 라디오 | 이만 원부터 | 폰 없이 틀 수 있음 |
| 계산기, 타이머 | 주방 타이머, 탁상 계산기 | 몇천 원 | 요리 중 폰을 안 켬 |
| 지도 | 종이 지도 | 무료에서 몇천 원 | 여행에서만. 일상은 폰이 나음 |
| 날씨 | 창문, 텔레비전 아침 뉴스 | 무료 | 아침 첫 폰이 사라짐 |
다 바꿀 필요는 없어요. 지도는 일상에서 폰이 낫고, 결제나 인증은 폰이 아니면 안 돼요. 표에서 효과가 컸던 건 위의 셋이에요. 알람시계, 손목시계, 수첩. 이 셋이면 폰을 꺼내는 이유의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한꺼번에 사면 며칠 쓰다 서랍에 들어가요. 하나씩, 밤에 쓰는 것부터가 좋았습니다.
물건을 산다고 습관이 바뀌진 않아요. 물건을 폰이 있던 자리에 두는 게 요령이에요. 손목시계는 폰이 있던 주머니 쪽 손목에, 수첩은 폰을 두던 식탁 자리에. 손이 가던 자리에 다른 물건이 있어야 손이 그걸 집습니다.
알람시계와 손목시계가 폰의 일을 대신하면 폰을 열 이유가 사라지고, 그 시간을 Sumbi의 잠수로 채울 수 있습니다. 저녁에 잠수를 시작하고 폰을 서랍에 넣으면 다른 앱을 여는 만큼만 남은 숨이 줄고, 마치면 조개 하나에서 바다 생물을 만나요. 물건은 이유를 없애고, 잠수는 시간을 남깁니다.
오늘 저녁 잠수 시작 →1년이 지나 아직 쓰는 건 알람시계, 손목시계, 수첩, 작은 스피커예요. 넷 다 폰이 있던 자리에 있어요. 필름 카메라는 여행 때만 꺼내고, 종이 지도는 여행 가방에 들어 있습니다. 주방 타이머는 아이가 장난감으로 가져갔는데 그것도 괜찮아요.
전자책 리더기는 결국 안 썼어요. 종이책이 더 좋았고 리더기는 충전을 잊었습니다. 탁상 계산기는 필요할 때가 없었고요. 안 쓰는 물건이 생기는 건 정상이에요. 열 개 사서 넷이 남으면 잘 산 거예요.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 보는 게 폰이 아니라 알람시계가 됐어요. 낮에 손목을 보고, 저녁에 수첩에 내일 할 일을 적어요. 폰을 꺼내는 횟수가 하루 40번에서 열 번 아래로 내려왔고, 그 열 번 중에 숏폼으로 끝나는 건 거의 없어졌습니다. 상자를 열지 않으니 상자 안의 다른 것도 안 꺼내게 됐어요.
아이는 이제 시계를 볼 줄 알아요. 벽시계와 제 손목시계로 시각을 배웠고, 자기 알람시계를 갖고 싶어 합니다. 부모 손에서 폰 대신 시계와 수첩을 보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폰을 어떻게 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시각을 보려고 폰을 켜는 습관은 배우지 않을 거예요.
내려놓은 날 한 줄. 폰을 줄인 게 아니라 폰이 하던 일을 나눴어요. 상자를 열 이유가 없어지니 상자는 서랍에 있어도 괜찮았습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수면이나 일상에 지장이 계속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