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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스크롤은 왜 그렇게 만들어졌을까
설계 원리와 멈춤 신호 만들기

옛날 인터넷은 페이지 아래에 "다음"이 있었어요. 그걸 누를지 말지 잠깐 생각하던 순간이 있었죠. 어느새 그 버튼이 사라지고 화면은 끝없이 이어지게 됐는데, 저는 그게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나니 멈추는 방법도 보였어요.

한눈에 답

무한 스크롤은 사용자가 다음 페이지를 누르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만들어졌지만, 그 수고가 사실은 "그만 볼까"를 결정하던 유일한 빈틈이었어요. 끝이 없는 화면은 멈춤 신호를 주지 않으니, 시간이나 개수 같은 신호를 내가 미리 정해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긴 두루마리 종이가 테이블 끝에서 바닥으로 계속 흘러내리고 그 옆에 멈춰 선 모래시계가 놓인 조용한 장면
끝이 없는 종이는 어디서 멈출지를 종이가 아니라 내가 정해야 했습니다.

무한 스크롤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무한 스크롤은 2006년에 한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처음 만들었어요. 목적은 단순했습니다. 검색 결과나 사진 목록을 볼 때 매번 "다음 페이지"를 누르고 새로 뜨기를 기다리는 게 번거로우니, 아래로 내리면 알아서 이어지게 하자는 거였죠. 사용자를 편하게 해주려는 선의에서 나온 설계였어요.

재미있는 건 그 디자이너가 나중에 자기가 만든 걸 후회한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점이에요. 페이지를 넘기는 그 작은 수고가 사람에게는 "충분히 봤나"를 스스로 묻는 순간이었는데, 그걸 없애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요. 편리함과 멈춤은 같은 자리에 있었던 셈입니다.

끝이 없다는 게 왜 그렇게 문제일까?

사람은 끝이 보일 때 멈춥니다. 접시가 비면 식사를 마치고, 책 한 장이 끝나면 덮을지 말지 생각해요. 접시 크기를 키우면 먹는 양이 늘어난다는 실험이 있는데, 무한 스크롤은 바닥이 없는 접시와 같아요. 배가 불러도 접시가 비지 않으니 언제 그만할지 알려주는 신호가 오지 않습니다.

저는 이걸 밤에 특히 느꼈어요. 자기 전 숏폼을 볼 때 "이제 됐다"는 느낌은 한 번도 화면에서 오지 않았어요. 눈이 아프거나, 아이가 뒤척이거나, 새벽빛이 창에 들거나. 멈춤 신호는 늘 화면 밖에서 왔습니다. 그러니까 화면이 주지 않는 신호를 화면 밖에 미리 놓아두면 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멈춤 신호어떻게 만들까맞는 사람
시간시작 전에 끝나는 시각을 정하고 알람을 켠다한번 보기 시작하면 시계를 안 보는 사람
개수영상 열 개, 글 다섯 개처럼 수를 정하고 센다시간 감각보다 세는 게 편한 사람
자세앉아서만 보고 누우면 끈다침대에서 가장 오래 보는 사람
장소거실에서만, 침실과 화장실은 안 됨집 안 어디서나 보는 사람
다음 일끝나면 할 일을 미리 정해둔다멈춘 뒤 할 게 없어서 계속 보는 사람

어떤 신호가 오래 남을까?

다섯 가지를 다 해봤는데 오래 남은 건 두 개였어요. 시간과 장소입니다. 개수는 세다가 잊어버리고, 자세는 소파에 반쯤 눕는 식으로 흐려졌어요. 시간은 알람이 대신 세어주니까 잊을 수가 없고, 장소는 저녁 9시 이후 폰을 서랍에 넣는 것으로 정하니 애초에 볼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설계를 원망하는 건 잠깐이면 충분해요. 화면은 바뀌지 않을 테니, 바뀌는 건 화면 밖에 있는 내 자리와 시계여야 합니다.

끝이 있는 시간 하나를 화면 밖에 두는 방법

Sumbi의 잠수는 시작할 때 끝나는 시각이 정해집니다. 10분부터 4시간까지 시간을 고르고 폰을 내려놓으면 해녀가 내려가고, 시간을 다 채우면 숨비소리와 함께 올라와요. 화면이 주지 않는 끝을 잠수가 대신 정해주는 셈입니다.

끝이 있는 잠수 시작하기 →

멈춤 신호, 이렇게 만들면 일주일 넘게 갑니다

시작하기 전에 끝을 정하기

보다가 멈추려고 하면 늦어요. 이미 다음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까요. 열기 전에 "20분"이나 "열 개"를 먼저 말하고, 폰의 타이머를 켜고 나서 앱을 엽니다. 순서가 중요해요. 저는 이 순서를 바꾼 것만으로 밤 시청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신호가 왔을 때 하나만 더는 없기

알람이 울리면 "이것만 마저"가 나옵니다. 그 하나가 다시 무한이 돼요. 알람이 울린 순간 보던 영상이 끝나지 않았어도 끕니다. 아쉬움이 남는 게 정상이고, 그 아쉬움은 3분이면 사라져요. 저는 몇 번 해보고 나서야 이게 되더라고요.

신호를 나 말고 다른 것에 맡기기

알람, 서랍, 자리처럼 내가 기억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것에 신호를 맡기세요. 의지에 맡긴 신호는 피곤한 밤에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아이가 잠든 뒤가 저한테는 그 시간이었어요.

화면은 여전히 끝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 저한테는 끝이 있습니다. 내려놓은 날 한 줄. 알람이 울렸고, 하나 더 보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

무한 스크롤은 누가 언제 만들었나요?
2006년 미국의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처음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검색 결과를 넘길 때 다음 페이지를 누르는 수고를 덜기 위한 편의 기능이었고, 이후 대부분의 SNS와 영상 앱이 채택했습니다.
무한 스크롤을 끄는 설정이 있나요?
대부분의 앱에는 없어요. 일부 앱은 특정 시간이 지나면 잠시 멈추라는 안내 화면을 보여주는 기능을 두고 있지만, 스크롤 자체를 유한하게 바꾸는 설정은 드뭅니다. 그래서 시간이나 개수처럼 앱 밖의 신호를 쓰는 편이 현실적이에요.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은 같은 건가요?
비슷하지만 달라요. 자동재생은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을 알아서 트는 것이고, 무한 스크롤은 아래로 내릴수록 목록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숏폼은 둘을 합쳐놓아서 멈출 지점이 특히 적어요.
멈춤 신호를 정해도 자꾸 무시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신호를 지키는 것도 연습이라 처음 며칠은 무시하는 게 보통입니다. 신호를 여러 개 두기보다 하나만 남기고, 무시한 날은 왜 그랬는지 한 줄만 적어두면 다음 주에 지키는 날이 늘어요.
책이나 신문은 왜 그렇게 오래 안 보게 되나요?
끝이 있기 때문이에요. 한 장이 끝나거나 기사가 끝나면 멈출지 이어갈지 결정하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옵니다. 그 결정의 순간이 자주 오는 매체일수록 시간이 덜 새요.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수면이나 일상에 지장이 계속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