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닷가를 걷다 보면 둥글게 쌓은 낮은 돌담을 만납니다. 입구가 좁고 안이 비어 있어 무엇에 쓰던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불턱입니다. 해녀들이 불을 피우고 몸을 녹이며 바다를 이야기하던 자리입니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 전후에 옷을 갈아입고 불을 피워 몸을 녹이던 바닷가의 돌담 쉼터입니다. 바람을 막기 위해 돌을 둥글게 쌓고 가운데 불 자리를 두었으며, 불 가까운 상석은 상군이 앉는 등 자리에 순서가 있었습니다. 물질 지식과 마을의 결정이 오가던 공동체의 회의장이었으나, 고무옷과 현대식 탈의장이 생기면서 대부분 쓰이지 않게 됐고 지금은 숨비소리길 등에 유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불턱은 바닷가 바위나 마을 가까운 해안에 현무암을 둥글게 쌓아 만듭니다. 높이는 어른 키보다 낮고, 바람이 덜 들어오는 쪽에 좁은 입구를 냅니다. 안 가운데에 불을 피우는 자리가 있고, 그 둘레에 앉습니다. 지붕은 없습니다. 바람과 남의 눈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 담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마을마다 여러 개의 불턱이 있었습니다. 어장이 넓으면 구역마다 하나씩 두었고, 계절과 바람 방향에 따라 쓰는 불턱이 달랐습니다. 이름도 저마다 있어서, 하도리에는 보시코지 불턱처럼 지명이 붙은 불턱이 남아 있습니다.
| 요소 | 내용 |
|---|---|
| 재료 | 현무암을 둥글게 쌓은 돌담, 지붕 없음 |
| 입구 | 바람을 등진 쪽에 좁게 |
| 가운데 | 불 자리. 땔감은 해녀들이 가져옴 |
| 자리 | 불 가까운 상석은 상군, 그다음 중군, 바깥은 하군 |
| 쓰임 | 옷 갈아입기, 몸 녹이기, 채취물 손질, 회의와 지식 전수 |
첫째, 몸을 녹였습니다. 무명 물소중이를 입던 시절에는 30분에서 1시간 물질하면 추워서 나와야 했고, 불턱에서 불을 쬐고 다시 들어갔습니다. 하루 물질은 이 반복이었습니다.
둘째, 배웠습니다. 상군이 불 가까이 앉고 하군이 바깥에 앉았는데, 하군은 상군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다를 배웠습니다. 어느 바위 아래 전복이 있는지, 오늘 물살이 어땠는지, 누가 어디서 위험했는지가 불턱에서 오갔습니다. 물질 기술의 전수는 물속이 아니라 불턱에서 절반이 이루어졌습니다.
셋째, 정했습니다. 금채기와 해경, 어장 배분, 새 계원의 가입 같은 마을의 결정이 불턱의 대화에서 시작됐습니다. 해녀회는 조직이었지만 불턱은 그 조직이 실제로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탈의장은 따뜻하고 편하지만 불턱이 하던 두 번째와 세 번째 일, 배움과 결정의 자리 역할은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해녀박물관 제2전시관이 불턱을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를 전시하는 이유입니다.
불턱은 여성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남자는 들어오지 않았고, 옷을 갈아입는 곳이라 마을에서도 불턱 근처를 지날 때는 눈을 돌리는 것이 예의였습니다. 바다에서 번 돈을 세고, 아이 걱정을 나누고, 시집살이를 털어놓던 곳이라 해녀들의 구술에는 불턱 이야기가 유난히 많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불턱은 대부분 쓰이지 않는 유적이며, 일부는 마을과 제주도가 정비해 보존하고 있습니다.
해녀는 불턱에 함께 앉아 오늘의 바다를 나눴습니다. Sumbi의 버디는 그 자리에서 왔습니다. 잠수에 성공했을 때도, 숨이 차서 떠올랐을 때도 믿는 사람 한 명에게 알려집니다. 이름부터 규칙까지, 이 문화에서 빌려왔습니다.
Sumbi 만나러 가기 →구좌읍 하도리 해녀박물관에서 시작하는 숨비소리길에는 불턱이 여러 곳 남아 있습니다. 보시코지 불턱을 비롯해 해안을 따라 걸으며 원형이 남은 불턱을 볼 수 있고, 안내판이 있어 이름과 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2전시관 해녀의 문화는 불턱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불턱의 모형과 함께 그곳에서 오가던 이야기, 잠수굿과 해녀 노래 같은 공동체 문화가 전시돼 있습니다.
불턱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사라진 것보다 적습니다. 도로와 방파제 공사, 해안 정비로 헐린 곳이 많고, 남은 것도 돌이 무너져 형태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제주 곳곳의 해안 마을에 불턱이 남아 있지만, 안내판 없이 돌담만 있는 곳이 많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둥글게 쌓인 낮은 돌담에 좁은 입구가 있으면 불턱일 가능성이 큽니다. 들어가서 앉는 것은 괜찮지만 돌을 옮기거나 쌓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바다에서 배운 한 줄. 해녀의 기술은 물속에서 절반, 불턱에서 절반 만들어졌습니다. 폰을 내려놓는 일도 혼자 참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말해 두는 것이 오래 갑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문화 소개이며, 수치는 참고 자료의 조사 시점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