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막상 누가 해녀인지 물으면 답이 갈립니다. 바다에서 잠수하면 다 해녀일까요. 제주에만 있을까요. 남자는 없을까요. 제주도 조례와 수산업의 정의에서 시작해 하나씩 짚어 봅니다.
해녀는 산소 공급 장비 없이 자기 숨만으로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 어업인입니다. 제주도 조례는 수산업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마을 어장에서 잠수해 수산물을 채취하는(또는 했던) 여성으로 정의합니다. 이 방식의 어업을 나잠어업, 그 일을 물질이라고 부르며, 생계를 위해 장비 없이 잠수하는 직업 집단은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는 해녀를 "수산업협동조합의 가입자로서 제주특별자치도 안의 마을 어장에서 잠수하여 수산물을 포획, 채취하고 있거나 과거에 이와 같은 일에 종사하였던 여성"으로 정합니다. 세 가지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어촌계와 수협에 속해 있을 것, 마을 어장에서 잠수해 채취할 것, 여성일 것입니다.
이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해녀가 취미나 체험이 아니라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해녀는 마을 어촌계에 가입해 정해진 어장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채취하고, 수협을 통해 판매합니다. 잠수를 잘한다고 해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촌계에 들어가야 해녀가 됩니다.
| 구분 | 해녀 | 스쿠버 다이버 | 산업 잠수사 |
|---|---|---|---|
| 장비 | 물안경, 잠수복, 오리발뿐. 공기통 없음 | 공기통과 호흡기 | 공기 공급 장치 |
| 목적 | 생계를 위한 해산물 채취 | 레저 | 공사, 구조, 조사 |
| 소속 | 마을 어촌계와 수협 | 개인 | 회사 또는 기관 |
| 잠수 시간 | 한 번에 1~2분, 하루 여러 시간 반복 | 한 번에 수십 분 | 작업에 따라 다름 |
물질은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캐는 일을 가리키는 제주 말입니다. 물에서 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밭에서 하는 밭일과 짝을 이룹니다. 해녀 대부분은 물때에 맞춰 물질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밭일을 했기 때문에, 두 말은 늘 함께 쓰였습니다.
나잠어업은 수산업 용어입니다. 나잠은 맨몸으로 잠수한다는 뜻으로, 산소 공급 장치 없이 잠수해 수산물을 채취하는 어업을 말합니다. 법이 이 방식을 따로 정의하는 이유는 장비를 쓰는 잠수 어업과 구분하고, 어촌계가 관리하는 마을 어장 안에서만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해녀는 나잠어업의 대표적인 종사자입니다.
바다에 잠수해 무언가를 캐는 일은 세계 여러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장비 없이 생계를 위해 매일 잠수하는 직업 집단이 공동체 규범과 함께 이어져 온 곳은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국가기록원 자료도 "생계를 위해 특별한 장비 없이 바다 속에 뛰어들어 물질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고 정리합니다.
이유는 한 가지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얕은 연안에 전복과 소라 같은 고가 해산물이 많았고, 그것을 캐는 일이 여성의 몫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일이 어촌계라는 공동체 제도 안에서 관리되면서 기술과 규범이 대를 이어 전해진 것이 겹쳤습니다. 제주는 그중에서도 해녀 수가 가장 많고 문화가 가장 두텁게 남은 곳입니다.
유네스코는 제주해녀문화를 등재하면서 물질 기술만이 아니라 공동체 제도, 의례, 노래를 하나의 문화로 보았습니다.
해녀는 공기통 없이 자기 숨의 한계만큼만 바다에 머뭅니다. Sumbi는 그 방식에서 이름과 규칙을 빌려 왔습니다. 정한 시간만큼 폰을 내려놓는 한 번의 잠수에, 사용자를 한계 너머로 붙잡는 장치는 두지 않습니다.
Sumbi가 만든 바다 보기 →있습니다. 부산과 경남, 경북, 강원 해안에도 해녀가 있는데, 상당수는 20세기 초부터 제주 해녀가 뭍으로 나가 물질하던 출가 물질에서 비롯됐습니다. 그곳에 정착한 해녀와 그 기술을 배운 현지 여성들이 지금의 육지 해녀입니다. 국가무형유산 해녀 지정은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의 해녀를 아우릅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전복을 캐던 남성 잠수인이 포작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과중한 공납과 군역 부담으로 남성 잠수인이 줄면서 그 일이 여성에게 넘어갔다는 설명이 일반적입니다. 오늘날에도 남성 나잠 어업인이 일부 있지만, 해녀라는 이름과 문화는 여성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잠수 기술을 배운 뒤 마을 어촌계에 가입해야 합니다. 제주에는 해녀학교가 두 곳 있고, 졸업 후 어촌계의 심사를 거쳐 계원이 됩니다. 기술보다 어촌계 가입이 더 큰 문턱이라는 것이 해녀학교 졸업생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바다에서 배운 한 줄. 해녀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 몸의 한계 안에서 일합니다. 폰을 내려놓는 일도 대단한 장치보다 내 숨만큼의 시간을 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문화 소개이며, 수치는 참고 자료의 조사 시점 기준입니다.